2012 AGIPI Billiards Masters Final 8강 경기 결과
- Posted at 2012/03/30 01:15
- Filed under 대회소식 | 대회결과

2012년 3월 22일. 드디어 2012년 아지피 빌리아드 마스터즈 8강 파이널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지피 대회는 예선, 본선, 결선을 무려 6개월에 걸쳐 치루고, 그 중 8강 파이널은 역시나 기나긴 대장정의 최고 하이라이트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 32명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예선 및 본선 리그를 거쳤고, 이 중 단 8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두명의 한국 선수가 이 8명 안에 속해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경률 선수는 4번의 아지피 대회 도전끝에 처음으로 8강에 올라왔고, 최성원 선수는 작년 첫 출전에 우승컵을 거머쥐고 올해 두번째로 8강에 올랐습니다.

운이 좋게도 두 선수는 서로 다른 그룹으로 갈려 결승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대진이었습니다. 이 대진은 정말로 행운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바로 본선 20강 마지막 경기에서 마르코 자네티 선수의 마지막 1득점이 8강 대진을 통째로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본선 20강 D그룹의 마지막 경기였던 딕 야스퍼스 선수와 마르코 자네티 선수의 경기. 야스퍼스 선수는 2승 1패, 자네티 선수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기의 승자가 8강에 진출하게되고, 만약 경기가 무승부가 될 경우 야스퍼스 선수가 올라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후반 두 선수 모두 1점만을 남겨놓은 49:49 까지 왔고, 몇번의 공타 끝에 야스퍼스 선수가 먼저 50점고지에 오르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본선은 리그전 방식이라 자네티 선수에게 마지막 후구가 주어지지만, 이미 탈락이 확정된 자네티 선수에게 1점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자네티 선수는 마지막 샷을 예비스트록도 없이 성의없이 쳤고, 수구는 2적구를 스치듯이 가까스로 맞으며 득점이 되며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었습니다. 만약 자네티 선수의 마지막 득점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야스퍼스 선수는 2승 1무 1패가 아닌 3승 1패가 되어 전체 3위로 8강에 올라가게 되고, 최성원, 김경률 선수는 각각 4위, 5위가 되어 8강전에서 서로 만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자네티 선수의 마지막 득점으로 결국 야스퍼스 선수는 2승 1무 1패, 본선 리그 전체 8위로 8강 파이널에 올라가게 되었고, 이에 최성원 선수는 3위, 김경률 선수는 4위로 8강 대진에서 양쪽 끝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 8강전
이번 파이널 경기에서는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는데, 대회측에서 경기 전날 테이블 천을 새것으로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경기 당일 오전에 선수들에게 각각 30분씩 연습시간이 주어지는데, 선수들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일반적인 뒤로돌려치기 포지션에서 3쿠션 이후 수구의 진행이 거의 한포인트 이상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선수들이 연습을 해 나가면서 테이블은 빠른 속도로 정상적인 각도로 돌아오고 있었지만, 그 조차도 선수들을 헷갈리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수는 8강전 첫번째 경기였던 김경률 선수와 다니엘 산체스 선수의 경기에서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경기 초반 까다로운 테이블에 적응을 못하며 득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테이블 적응을 마치고 본래 모습으로 먼저 돌아온건 김경률 선수였습니다. 쉽지 않은 3쿠션 뱅크샷을 성공시킨 김경률 선수는 테이블 파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12점 하이런을 포함하여 30:12로 점수차를 벌리며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후반전에서도 산체스 선수는 까다로운 테이블에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요한 고비마다 실수를 범한 반면, 김경률 선수는 꾸준히 득점행진을 이어가며 결국 25이닝째 50점고지에 먼저 오르며 50:25의 일방적인 스코어로 4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이어서 오후 8시에 벌어진 최성원 선수의 경기에서도 한국 선수들 특유의 근성이 돋보였습니다. 최성원, 에디 멕스 선수 역시 쉽지않은 테이블에 잦은 실수들의 나왔고, 부진한 점수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냉철한 에디 멕스 선수가 7연속 득점으로 조금씩 앞서나갔고(13이닝째 스코어는 15:21), 최성원 선수가 힘겹게 그 뒤를 쫒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휴시시간 이후부터 경기는 1,2점차의 박빙으로 이어졌고 결국 36이닝째 44:44 동점 상황이 되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갈라놓을 수도 있는 살얼음판 위의 승부는 결국 최성원 선수의 마지막 6점 끝내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에디 멕스 선수는 경기장을 떠나며 최악의 경기 중 하나라고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수많은 실수들이 나온 경기였고, 특히 경기 중반 '타임아웃'이 아직 남아있는 걸로 착각하여 최성원 선수에게 초구 포지션을 내주기도 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에디 멕스 선수는 2년 연속 최성원 선수에게 8강에서 패하며 한국 선수들에 유독 약한 징크스를 이어갔습니다.


8강전 세번째 경기에서는 토브욘 블롬달 선수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선수를 상대로 50:7 (20이닝)이라는 놀라운 점수차로 승리하였습니다. 블롬달 선수는 2이닝에 10점, 7이닝째 9점을 곁들여 전반전을 7이닝만에 31:0으로 끝냈습니다. 2009년 월드 챔피언인 카시도코스타스 선수는 연속되는 불운과 블롬달 선수의 수비에 꽉 막혀 전반전 내내 단 한점도 득점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후반전에 블롬달 선수의 기세가 살짝 꺾였지만, 카시도코스타스 선수의 침체는 경기 종료시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카시도코스타스 선수는 20이닝 동안 단 7점만을 득점하는 최악의 퍼포먼스를 아지피 마스터즈 8강전에서 보이고 말았습니다. 한편, 같은날 오후 8시에 시작된 8강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독일의 마틴 혼 선수가 현 세계챔피언 딕 야스퍼스 선수를 상대로 다시 한번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4강에 마지막으로 합류했습니다. 야스퍼스 선수는 처음 6이닝동안 20점을 득점하며 점수를 20:1로 벌려놓았지만, 마틴 혼 선수는 8이닝째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후 5이닝동안 무려 29점을 몰아치며(4점,8점,3점,0점,14점) 스코어를 뒤집었습니다. 결국 20이닝째 50점에 먼저 도달하며 50:34로 승리하였습니다.


* 4강전
준결승 경기는 김경률 vs 마틴 혼, 최성원 vs 토브욘 블롬달 선수의 경기로 압축되었습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준결승전에 한국 선수가 두명이나 올라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해있기 때문에 두 한국 선수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가능했습니다. 최성원 선수가 먼저 결승을 향한 도전을 했지만 상대 선수는 살아있는 전설 블롬달 선수였습니다. 경기 초반 신들린 듯한 블롬달 선수의 샷이 터져나왔고, 단 3이닝만에 점수가 6:24로 벌어지며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습니다. 블롬달 선수의 기세는 후반전에 한풀 꺾였지만, 이미 크게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14이닝만에 50점에 도달하며 작년도 챔피언인 최성원 선수를 3-4위 순위전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블롬달 선수는 2이닝째 무려 20점의 하이런을 기록한데 이어, 11이닝과 13이닝째 각각 9점 및 13점의 하이런도 기록하며 마치 90년대 전성기때로 다시 돌아온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최근 몇주간 전성기때로 돌아간 느낌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까지 말을 하였습니다. 블롬달 선수는 이 경기로 대회 하이런(20점)과 베스트 게임 상(14이닝 50점, 에버리지 3.571)까지 휩쓸었습니다.


작년도 우승자인 최성원 선수의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우리에겐 아직 김경률 선수가 남아있었습니다. 마틴 혼 선수의 선공으로 시작된 준결승전 경기는 경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마틴 혼 선수가 앞서가고 김경률 선수가 뒤따라가는 양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방송 경기라 총 세번의 휴식시간(15점, 25점, 35점에서 한번씩)이 있었는데, 세번 모두 마틴 혼 선수의 득점으로 휴식시간이 찾아왔습니다. 40점 고지도 마틴 혼 선수가 먼저 넘었지만, 경기 막판 승부가 갈린 20이닝째 공격에서 마틴 혼 선수의 3쿠션 뱅크샷이 1적구에 정면으로 맞는 바람에 김경률 선수에게 귀중한 기회를 넘겨주었습니다. 역시나 같은 3쿠션 뱅크샷이었지만 김경률 선수는 차분하게 성공시키며 득점행진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점수는 38:43으로 김경률 선수가 뒤지고 있었지만, 김경률 선수의 득점행진은 결국 남은 12점을 모두 마무리를 할때 까지 이어졌습니다. 김경률 선수는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12점을 한번에 마무리하며 멋진 승부의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경기 중 단 한번의 역전으로 승부를 마무리 지은 김경률 선수는, 생애 첫 파이널 진출의 여세를 몰아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 결승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던 결승전은 생각외로 시시하게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쉽게) 끝이 났습니다. 한마디로 블롬달 선수의 경험과 노련함이 돋보이는 한판이었습니다. 이번 8강 파이널에서 전성기의 모습으로 상대선수를 압도하던 블롬달 선수는 결승전에서도 경기 초반 김경률 선수를 수비로 꽁꽁 묶으며 점수차를 벌렸습니다. 김경률 선수는 블롬달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며 대역전극을 노렸으나, 고비때마다 나온 키스와 불운으로 여러번의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반 다시 살아난 블롬달 선수는 마지막 3이닝에 남은 모든 점수를 마무리하며 두번째 아지피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직후에 거행된 시상식에서 마틴 혼 선수는 베스트 에버리지 상(2.157)을, 블롬달 선수는 하이런 상(20점)과 베스트 게임 상(14이닝 50점, 에버리지 3.571)을 수상했습니다.




* 마치며
벌써 5회째를 맞는 아지피 빌리아드 마스터즈 대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5년간 우승컵을 거머쥔 선수는 단 3명(토브욘 블롬달, 딕 야스퍼스, 최성원), 그리고 8강 파이널에 5번 모두 진출한 선수는 단 한명(딕 야스퍼스)일 정도로 대회의 수준이 높습니다. 이런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 준우승 및 준결승 진출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대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더 나아가 한국에서도 이런 규모와 퀄리티의 대회들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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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매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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