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이집트 후루가다 월드컵이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Sunrise Garden Beach Resort에서 펼쳐졌습니다. 2005년 부터 이집트 당구연맹은 매년 후루가다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12월 첫째주 일요일에 예선라운드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세계캐롬연맹(UMB)의 사무총장이자 세계당구연맹(WCBS) 부회장을 맡고 있는 Farouk Barki의 노력으로 이미 2014년까지 후루가다 월드컵의 개최가 확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도 총 140명의 선수들이 일주일간 멋진 경기들을 선보였으며,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참가선수 등록이 오픈된지 불과 한시간만에 마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대한당구연맹을 통해 참가등록을 한 10명의 한국선수들이 대회 며칠전까지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기도 했습니다.
*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조명우 선수의 활약
예선 초반 최고의 이슈는 단연 한국의 조명우 선수였습니다. 올해 만 13살로 이번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조명우 선수는, 13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의 기량을 보여주며 성인 선수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3라운드까지 진출하였습니다. 3라운드 첫번째 경기에서도 터키의 KirmanI Koray 선수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를 하였으나, 다음 경기에서 올해 유럽피안 여자 챔피언인 네덜란드의 Klompenhouwer Therese 선수에게 0-2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조의 모든 선수가 세트스코어로 동률이 되었고, 에버리지에서 밀려 최종라운드 진출에 실패하였습니다. 하지만 조명우 선수의 경기 및 기사는 연일 현지 및 유럽의 당구팬들에게 큰 관심거리였고,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회자되었습니다.
* 김행직 선수의 초반 탈락
예선전의 큰 이변 중 하나는 김행직 선수의 초반 탈락입니다. 올해 3번째로 월드 쥬니어 챔피언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낸 김행직 선수는 이미 쥬니어 레벨을 넘어선 놀라운 기량으로 전세계 당구인의 집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대회 예선 3라운드 시드를 받은 김행직 선수는 한국의 강인원 선수와 같은 조에 배정되었습니다. 첫 세트를 8이닝만에 따낸 김행직 선수는 나머지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며 뼈아픈 1패를 당했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덴마크의 Keith Alan 선수에게 이겼지만, 강인원 선수에게 에버리지에서 밀려 조 2위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 한국 선수들의 예선 성적
총 11명의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였고, 본선 시드를 받은 4명의 선수를 제회한 7명의 선수가 예선리그를 거쳤습니다. 이 중, 강인원, 김용철 선수가 4라운드까지 진출하였고, 4라운드 시드를 받은 강동궁, 허정한 선수와 함께 최종 예선리그에서 경기를 하였습니다. 강동궁 선수는 레이몽드 버그만, 피터 드 베커 선수에게 잇달아 세트스코어 0-2로 충격의 2패를 당하였고, 김행직 선수를 이기고 올라온 강인원 선수 역시 에버리지 0.886의 부진한 성적으로 2패를 하였습니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허정한 선수만이 유일하게 본선 32강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본선 32강에는 김경률, 최성원, 조재호, 허정한, 이충복 선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 32강전
현 세계랭킹 1위로 1번 시드를 받은 딕 야스퍼스 선수는 같은 네덜란드의 장-폴 드 브루인 선수를 상대로 에버리지 1.115의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했지만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며 가장먼저 16강에 올랐습니다. 수원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조재호 선수는 터키의 Can Capak 선수에게 제대로 힘도 못써보고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최근 상승세 있던 기세가 한풀 꺽였습니다.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해준건 김경률 선수였습니다. 최근 몇차례 월드컵 경기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김경률 선수는, 한때 월드 챔피언 타이틀도 가졌었던 벨기에의 요셉 필리품 선수를 32강전에서 만났습니다. 1,2세트를 각각 5이닝, 6이닝만에 가볍게 끝낸 김경률 선수는 3번째 세트마저 쉽게 마무리 하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1점을 남겨놓은 사이 필리품 선수에게 15:14로 역전당하며 세트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필리품 선수의 선공을 시작된 다음 세트마저 내준다면 마지막 5세트에서 큰 부담을 느끼며 경기를 해야하는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팬들의 걱정에 일갈하듯, 완벽한 힘조절 및 포지션 플레이로 첫 이닝에 15점을 기록하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경기 에버리지 3.105, 하이런 15점으로 이번대회 베스트 게임과 하이런을 동시에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하였습니다.
김경률 선수가 기록을 세우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는 최성원 선수와 허정한 선수가 한 테이블에서 만났습니다.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들이 늘어남에따라 본선 첫 경기부터 한국 선수들끼리 만나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두 선수인지라, 경기를 마지막 5세트까지 팽팽하게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세트에서 선공을 잡은 최성원 선수의 초반 공격이 결국 승부를 갈라놓았습니다. 세트스코어 3-2. 최성원 선수는 허정한 선수보다 낮은 에버리지를 기록하고도 경기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최성원 : 1.583, 허정한 : 1.638). 이는 곧 득점의 집중도가 더 높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월드컵과 같은 세트경기에서는 이런 경기의 운영 능력이 더욱 부각됩니다.
마지막 한국 선수인 이충복 선수도 터키의 타이푼 타스데미르 선수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의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동시에 벌어진 프레드릭 코드롱 선수와 마 쑨 퀑 선수의 경기에서는, 코드롱 선수가 지난 수원 월드컵 경기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를 보란듯이 앙갚음 하듯, 3.0의 에버리지를 기록하며 세트스코어 3-0으로 마 쑨 퀑 선수를 제압하였습니다. 마 쑨 퀑 선수는 1.714의 높은 에버리지를 기록하고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해오는 코드롱 선수에게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 16강전
16강전 첫 경기부터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랭킹 73위의 Can Capak 선수가 세계랭킹 1위의 딕 야스퍼스 선수를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한 것입니다. Can Capak 선수는 조재호 선수에 이어 야스퍼스 선수마저 격파하며 경기 결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프랑스의 제레미 뷰리 선수가 같은 AGIPI팀의 동료인 마르코 자네티 선수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기고 8강에 올랐습니다. 32강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김경률 선수는 독일의 크리스티앙 루돌프 선수를 상대로 한수 위의 기량으로 세트스코어 3-0으로 가볍게 제압했습니다. 허정한 선수를 어렵게 이기고 올라온 최성원 선수는 콜롬비아의 Naranjo Andres F. 선수를 상대로 3.0의 에버리지를 기록하며 역시나 세트스코어 3-0으로 압승하였습니다. 이충복 선수는 아쉽게 피터 드 베커 선수에게 5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고,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블롬달 선수는 예선리그에서 올라온 터키의 아드난 윅셀 선수에게 마지막 한점을 남기고 패하고 말았습니다. 같은 벨기에 선수끼리의 경기로 관심을 모았던 에디 레펜스 선수와 프레드릭 코드롱 선수의 경기에서는 에디 레펜스 선수가 세트스코어 3-2로 신승하였습니다.
* 8강전
이번 대회 큰 이변의 주인공 중에 하나였던 터키의 Can Capak 선수는 8강 첫 경기에서 프랑스의 제레미 뷰리 선수에게 허무하게 3-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의 원투펀치 김경률 선수와 최성원 선수는 안타깝게도 8강전에서 만났습니다. 경기 초반 서로 한세트씩 주고받는 접전으로 진행되었지만, 최성원 선수의 선공이었던 네번째 세트에서 김경률 선수가 15:13으로 세트를 따내며 오랜만에 월드컵 4강에 올랐습니다. 나머지 두 경기는 모두 5세트까지 가는 장기전 끝에 터키의 아드난 윅셀 선수,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 선수가 각각 독일의 마틴 혼, 벨기에의 피터 드 베커 선수를 누르고 4강에 합류하였습니다. 에디 레펜스 선수는 프레드릭 코드롱 선수에 이어, 또 한번 같은 벨기에 선수의 발목을 잡으며 이번대회 유일하게 4강에 오른 벨기에 선수가 되었습니다.
* 준경승
결국 준결승 전은 김경률 vs 제레미 뷰리, 아드난 윅셀 vs 에디 레펜스 선수의 대결로 압축되었습니다. 김경률 선수와 제레미 뷰리 선수의 경기는 한마디로 혈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통계가 말해주듯, 세계 레벨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초구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15점 세트경기에서는 경기 결과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경기가 바로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세트를 따왔고, 결국 래그에서 승리한 제레미 뷰리 선수가 마지막 5세트의 선공을 잡아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오랜만에 월드컵 4강에 오른 김경률 선수는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내내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부었으나 경기 막판 체력적 한계에 부딪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하였습니다.
옆테이블에서 동시에 벌어진 경기에서는 아드난 윅셀 선수가 2.521의 높은 에버리지로 야심차게 결승 진출을 꿈꾸던 에디 레펜스 선수를 물리치고 생애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 결승전
오랜만에 월드컵 우승이 한번도 없었던 두 선수가 결승에서 만났습니다. 제레미 뷰리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4강에만 다섯차례 올랐지만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터키의 아드난 윅셀 선수 또한 터키 자국에서는 오랜동안 상위 랭커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낸적이 없습니다. 작년 2월 독일 피어슨에서 열렸던 2010 월드 팀 챔피언쉽 대회에서 터키팀 대표로 무랏 나시 쵸클루 선수의 팀을 이뤄 우승을 차지한 것이 국제대회 유일한 우승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높았던 두 선수의 대결이었던 만큼 경기는 박빙이었습니다. 한세트씩 주고받은 결과 경기는 마지막 5세트까지 흘러갔습니다. 제레비 뷰리 선수의 선공이었지만, 불과 두시간전 김경률 선수와의 4강전에서 3시간이 넘는 경기를 한 제레미 뷰리 선수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짜내기엔 이미 너무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결국 마지막 세트를 윅셀 선수에게 내 주었고, 윅셀 선수는 예선라운드부터 올라와 우승컵까지 차지하는 이번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 토브욘 블롬달 선수, 2011년 월드컵 종합 우승
이집트 월드컵 직전까지 월드컵 포인트 198점으로 선수를 달리고 있던 토브욘 블롬달 선수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탈락하였지만, 168점을 확보하고 있던 프레드릭 코드롱 역시 8강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블롬달 선수의 올해 월드컵 종합 우승이 확정되었습니다. 지난 수원 월드컵에서 39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한 토브욘 블롬달 선수는 이번 월드컵 종합 우승으로 생애 10번째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관습대로라면 블롬달 선수는 올해 월드 챔피언인 딕 야스퍼스 선수와 2012년 2월에 Super Cup 경기를 펼쳐야 하지만, 스폰서 문제로 이 대회는 잠정적으로 취소되었습니다.
Posted by 매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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